Two Souls, Part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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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내부로 들어가면 날 발견한 칼리아가 

반사적으로 안부인사를 꺼내다 말고

이런 한담에는 원래도 능숙치 못하니 

그냥 건너 뛰자면서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 찾아다니던 중이었다고,

자길 따라오라고 한다.



칼리아는 잠을 이룰 수 없어 주위를 둘러보던 참이었다고 한다.

이 모든걸 쿠마이 혼자 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놀라울 뿐이다.

수십명의 엔데랄 기술자들이 달려들어도 오 년은 걸릴텐데.


마침내 어떤 문 앞에 멈춰선 칼리아가

준비 됐냐고 묻는다.


여긴 우주선 기계실 같은데, 아니야?


맞다.

칼리아는 그냥 자길 따라오면 깜짝 놀랄거라면서

들어갈 준비 됐냐고 재차 묻는다.


>> 그런 거 같은데?


칼리아는 왠지 들뜬 것 처럼 문을 열고 들어선다.



쿠마이가 칼리아에게 이곳의 얘기를 한 적이 있댄다.

우주선이 공중에 뜨는건 중앙의 구 덕분이라고.

구의 에너지는 물에서 얻는다.

쿠마이는 그걸 크리스탈 워터라고 부른다고 한다.

칼리아는 이걸 직접 보고 싶었다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가까이 다가간 칼리아가 아름답지 않냐고 묻는다.


2. 정말 아름다워.


내 대답에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던 칼리아는

"믿을 수가 없어! 믿을 수가 없다고!" 외치는 쿠마이의 목소리에

어머 젠장, 하고 중얼거린다.


내가 말해볼게. 우리 여기 있으면 안되는거지?



맞다, 안된다.

칼리아가 어서 도망가자고 재촉한다.



커다란 바위 뒤에 몸을 숨기자

칼리아가 여기면 괜찮을 것 같으니 잠깐 기다리자면서

바위 너머를 엿본다.

쿠마이는 그냥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으라고 똑똑히 지시했건만 

우주선을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보이는 문마다 열어제껴야만 하겠느냐고 누군가에게 호통을 치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다음번엔 처벌을 하겠다고 윽박지르고는

우리가 있다는건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진다.


안들켰네.


그렇네, 대답하던 칼리아는

갑자기 풉 웃음을 터뜨리고는 한참동안 깔깔 웃는다.



왜그래?


그녀는 여전히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우리 지금 인류를 구한다는 임무를 위해 모여놓고는

칼을 갈며 울적한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에

이제 막 이웃의 사과를 훔친 어린애들마냥 

숨바꼭질이나 하고 있지 않냐며 

정말 별나다고 대답한다.


2. 그래... 정말 그렇네.


흠. 



어쨌든 적어도 잠시동안은 여기 있어도 안전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칼리아는 어쩐지 이젠 별로 신경쓰이지도 않는댄다.

여기 있으면 평화로운 느낌이라고...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잊을만큼.


진짜 그래.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좀... 달라 보이는데.


칼리아는 그렇냐면서 

좋은쪽과 나쁜쪽, 어느쪽으로 달라보이냐고 되묻는다.


2. 좋은쪽으로.


칼리아는 듣기 좋은 소리라면서

그동안 성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그리고 그 후 우리가 나눴던 대화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말을 꺼낸다.


그래? 결론이 뭔데?


그녀는 예전에 자기가 이제 그냥 포기하고 

앞으로 자기 안의 '그것'을 절대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으리라는걸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었던걸 기억하냐고 묻는다.

내가 칼리아를 안심시키려 하면서

성에서 있었던 일은 그저 사고에 불과하다고 했었던.. 그 대화 말이다.

그리고 충분한... 끈기가 있다면

그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할 수 있을거라 했던 것도.

처음에 그녀는 그 말에 그냥 고마웠지만

생각해보니 그때 자기가 했던 말에는

어느정도 진실이 담겨있었다는걸 깨달았댄다.


칼리아는 평생토록, 스스로를 가증스럽다 느끼게 만드는

그 부분을 죽이려 노력해 왔다.

그리고 매번 실패할 때마다 스스로를 증오하며

자기가 너무 약해서 그렇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그건 애초부터 관점이 잘못된 거였다.

칼리아는 '그것'을 진정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가 죽는 것 뿐이라는걸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살할 수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은 물론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고

설사 우리에게 내일이 있다 해도, 그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고싶은거야?

그걸 그냥 자유롭게 해방시킬거라고?


아니다.

칼리아는 그게 누구를 해치도록 두고보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는.

하지만 그게 자기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은 받아들일거라고 한다.

자기비하를 한다고 무슨 좋은 일이 있었던가?

칼리아는 운이 나빴고

'그것'과 마음 속의 충동을 갖고 사는 한

결코 다른 사람들과는 같게 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받아들이는 것 만이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아니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너절해도 그건 그녀를 이루는 한 부분이니까.



칼리아는 자기 말을 이해하겠냐고 묻는다.

결코 스스로를 속이려는게 아니라는걸...

'그것'과 함께 산다는건 평생 그것과 싸워야 한다는 의미라는걸

칼리아도 알고 있다.

언제든 약해질 때가 있을거고,

그럴 때마다 그것이 그녀를 집어삼키려 들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저항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서 매번

자책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면서... 그녀는 살아갈 것이다.

평생 스스로 금해왔던 것들을 하면서.

우정을 쌓고, 여행을 하고, 춤을 추면서.

마지막 항목은 좀 웃긴 광경일지도 모르겠지만.


우주선에서 몰래 돌아다니는 것도 빼먹지 마.


오... 물론이다.


좋은 계획 같은데.


맞다. 그래서 그녀 자신도 놀랍다.

칼리아는 내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내 우정이 큰 의미가 되어주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잊혀진 도시에서 그 '누미노스'를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도.

왜냐면, 이 모든게 끝난 후 하고싶은게 너무나 많기 때문에.


아마도 지금쯤이면 쿠마이도 멀리 가버렸을테니

들키지 않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1. 넌 여기 있으려고?


잠시만 그러려고 한댄다.

말했듯, 여기가 좋으니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럼 나중에 봐.


그럴거다.


* 칼리아와 연인관계가 아니라면 동료퀘스트는 여기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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