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ards of Order, Part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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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로 홍수의 도시를 찾아야 한다.



동굴 안으로 이동하고 얼마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누군가 어서 죽으라고 외치는 에코(Echo)가 들린다.


비전이 사라지면 제스파가 날 바라보며

창백한 얼굴인데, 괜찮은거냐고 묻는다.

에코 때문에 그런거 아니냐고.


맞아, 그런데 뭔가... 달랐어. 더 강력해.


제스파가 이해 안된다는듯 더 강하다니? 하고 묻자

샤'림이 끼어들어,

마지막으로 정화가 일어났던 곳에 

더 가까워져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해준다.

비전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그들의 사원으로, 

다시 말해 그들 버전의 비콘이 있는 곳으로 

바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오, 드디어 수많은 홍수의 도시를 발견했다. 



제스파는 수풀로 뒤덮인 도시를 둘러보며 

너무 아름답다고 감탄한다.

하지만 아란티얼은 위험한 곳이라고 덧붙이며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서두른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에코가 또 들린다. 이번에는...

그가 우릴 배신했다! 

자칼이 성문을 열었고 이제 놈들이 모두를 죽이고 있다!

사원, 사원으로 후퇴하라!

너희에게는 선택권이 있었으나, 너희는 무지를 선택했다!

이제 그 대가를 치러라!

... 등등의 목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온다.


아란티얼이 내게 뭘 봤냐고 묻는다.



파이리안... 누군가 역시 그들을 배신하고

이 자칼이라는 사람을 도시 안으로 들어오게 했어요.

그리고 그에게도 코어렉과 비슷한 동기가 있었던 것 같고요.


아란티얼은 뭐라고? 하며 눈살을 찌푸린다.

그 말은 우리가 여태까지 해 왔던 모든 일들은

파이리안들이 겪었던 것과 거의 동일하다는 말일터.

우린 여전히 패턴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자 제스파가 

그렇다면 우리가 여태껏 성취했던 모든걸로도

아무 변화를 만들 수 없었다는 소리 아니냐고 묻는다.

블랙 스톤을 찾았다던가, 스탈링의 조상을 찾았다던가...

했던 일들 말이다.

하지만 아란티얼은 선지자, 그러니까 내가 본 것은 그저

누군가 파이리안을 배신했고

이 자칼이라는 자는 어리석은 코어렉 만큼이나 

망상에 빠진 자라는 것 뿐이라면서

그건 우리도 이미 알고 있었던 부분이고,

비콘에 불을 밝힐 정도로 가까워진건 우리가 처음이라는걸

자기는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묵묵히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마침내 거대한 사원이 보이는 곳까지 가면

제스파가 사방에 널린 불에 탄 시체들을 바라보며

여긴 무슨 망한 꼭두각시 인형 극장이라도 되냐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이 시체들이 대체

어떻게 아직까지 있을 수 있는거냐고 황당해한다.

분명 아주 오래전에 썩어 없어졌어야 했을텐데.

그의 말에 샤'림 역시 좋은 질문이라고 끄덕이고는

시체를 살펴보며 마법 같다고 대답한다.

피부를 보면 마치 재처럼 회색이라고.



그러자 제스파는 정화 때문에 이렇게 된거 맞냐고 물으며

이건 분명 하이 원이 집어 삼키기 전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일거라고 추측한다.

샤'림 역시 제스파의 말에 동의하는 모양이다.

이들은 아마 사원 안으로,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샤'림이 비극적이라고 씁쓸해한다.


일행의 반응에 아란티얼이 그다지 감흥 없는 태도로

"그래, 매우 비극적이군. 이제 끝난건가?" 하고 입을 열자마자

인상적이군, 하는 하이 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함께 시체 더미에 붉은 빛이 어린다.

하이 원은 주위 모든게 허물어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 번 아란티얼을 인상적이라고 평한 다음

어째서 계속 나아가려 하는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아란티얼은 대답하는 대신

자기를 조종하려 하는거냐고,

그런거라면 말을 아끼고 대신 싸우자고 한다.

그러자 하이 원은 "오 이런, 단호하기도 하지." 말을 받으며

모든게 그냥 그렇게 죽여버리고 끝이면 얼마나 좋겠냐고 한다.

과거도 마찬가지.

하이 원은 아란티얼에게

동료들이 그에 대한 모든 진실을 아는거냐고 묻고,

그 물음에 아란티얼은 그대로 몸을 돌리며

이런 대화는 무의미하니 그냥 가자고 서두른다.

하이 원은 무의미하다는 말에 상처를 입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자기들이 원한 건 그저 일행을 이해시켜 주는 것 뿐이라고,

나머지 일행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지 않냐고 느물댄다.

그리고 언제나 침착하던 아란티얼이 점점 열이 받는듯

그런 게임은 자기에게 통하지 않으니 닥치라고 외치자

그 말을 '거절'로 받아들이겠다고 속삭인다.



하이 원의 말과 함께 계단 아래쪽에 

젊은 틸로 아란티얼, 그리고 라이트-본 어란다(Irlanda)

두 남녀의 환영이 나타난다.


젊은 아란티얼이 다른 방법이 있을거라고 하자 라이트본이

이노단(Inodan)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대답한다.

임신이라면 숨길 수 있겠지만, 살아있는 아이라면?

라이트본과 보통 인간이... 그건... 신성 모독이다.

어란다는 자기가 그런 말을 하다니 

어쩐지 웃기게 들린다고 자조적으로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틸로를 향해 아이를 데리고 어딘가로 도망가라고 한다.

누구도 그를 찾아내지 못할 곳으로 가라고.

하지만 아란티얼은 자기들이 누군지

사람들이 알게 될거라면서 거부한다.

어란다는 주의한다면 괜찮을거라고 다독이며

만약 알아챈다 해도 

감히 라이트본에게 대항할 사람은 없을거라고,

제발 아이가 아버지 없이 자라게 하지는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그는 특별해질 것이고, 아버지를 필요로 할 거라고.


환영을 보고 깜짝 놀란 그랜드마스터가 헐레벌떡 다가온다.



그와중에 환영 속의 젊은 아란티얼은 여전히 

어란다의 제안을 거부하는 중이다.

의회에서 그를 승격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란티얼이 지위를 잃을 수 없어 

아이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걸 눈치챈 어란다는

우리 아이에 대한건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화를 낸다.

하지만 틸로는 이곳에 자신의 의무가 있고

그건 당신도 잘 알지 않냐고 언짢아 한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면서

이제와서 이... 이걸 위해 그걸 포기하라 하는거냐고.

어란다는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채

고작 칭호따위가 어떻게 아이보다 더 중요할 수가 있냐고,

자기는 이해할 수 없다고 외친다.

아란티얼 역시 그런 그녀를 향해

당연히 이해할 수 없겠지, 하고 차갑게 내뱉는다.

뭔가를 위해 애쓴다는 것의 의미를 어떻게 알겠느냐고.

그리고 아이를 그녀의 하인 중 한 명에게 줘버리자고 한다.

그에게나 그녀에게나 그 편이 더 나을거라면서.



환영이 사라지자 다시 하이 원이

그때 아들을 위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고 말을 건다.

아들의 마음 속 깊숙히 도사린 신에 대한 깊은 증오 때문에

신을 비난하는 일 따위는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하이 원은 여전히 느긋한 어조로

아들을 그렇게 만든건 아란티얼 자신이고, 그 모든게 

승급이 자신의 혈육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고 비웃는다.

그리고 그가 여기서 실패하게 되는 것도 바로 그때문이다.

아란티얼은 언제나 실패만 해왔기 때문에.

병사로서도, 신의 수호자로서도, 그리고 아버지로서도.

하이 원은 아란티얼을 향해

그는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모습처럼

영광스러운 구원자가 아니라 도살자이자 실패자에 불과하다고,

어서 이를 인정하라고 다그친다.



그와 함께 주위에서 몹들이 공격해오기 시작하고

다급해진 제스파가 뭔가 계획이 있다면

지금이 알려주기 좋은 시간이라고 아란티얼을 재촉한다.


일단 모두 처리하고 보자.


끊임없이 몰려드는 적을 처리하며 계단 위로 오르다보면

아란티얼이 어서 문을 향해 가라고 외친다.



아, 이런... 근데 문이 잠겨있다.

문을 밀어보던 샤'림이 이제 어떻게 하냐고 묻자

아란티얼이 문을 부수자면서

저 위의 발리스타가 보이냐고 한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용의 형상을 한 뭔가가

이쪽을 향해 불을 쏘는게 보인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면

내가 깨어났다고 안도하는 샤'림과 아란티얼의 목소리가 들린다.

둘 다 모습이 엉망이다.


어떻게... 어떻게 된거예요?


나는 잔해에 맞아 쓰러졌다고 한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 우린 안전하다.


용... 그 용은요? 그건 어디에 있어요?


용의 공격 때문에 건물의 정면 전체가 파괴되긴 했지만

덕분에 건물 입구가 막혔다.

적어도 지금은, 용은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제스파는요? 그는 어딨죠?


그의 위로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일행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란티얼은 우리 둘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지 안다면서

유감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를 찾아봐야돼요!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이곳을 나갈 다른 출구를 먼저 찾아야된다.

그러니 뭘 하든간에 일단 사원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긴 해야 한다.


>> ...그럼 이젠 어떡하죠? 뭘 해야돼요?


이 일을 끝낼 것이다.

하이 원이 그렇게 오만하게 보여줬던 건 허세에 불과하다...

그들은 우릴 두려워하고 있고

저 밖에서 보여줬던 꼭두각시 놀음은

그들의 마지막 트럼프 카드였다.

하지만 그들은 실패했다... 

우린 여기 있고, 이제 가까워 졌으니.

이제 중요한건 하이 원을 소환하여

그에게서 누미노스를 얻는 것 뿐이다.

그럼 모든게 끝나는 것이다.

아란티얼은 부상이 심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

이제 계속 이동하자고 한다.



이동하다보면 또 다른 비전이 느껴진다.

사원에... 자칼의 군대가 가득했다는 것이.

그런데 이번엔 샤'림 역시 느꼈는지

방금 그거 봤냐고 묻는다.

아란티얼 역시 그게 바로 에코인 모양이라고,

마지막 정화가 벌어졌던 곳에 너무 가까워졌기 때문에

선지자 뿐 아니라 일행 모두가 볼 수 있는 모양이라고 신기해 한다.



그러다 작은 방 같은 곳으로 들어가면

에코를 통해

과거의 프리스트가 애원하며 비명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콘이니

놈들이 그걸 부수지 못하게 해야한다고 외치고 있다.



아, 저긴가보다.

드디어 파이리안의 비콘을 찾았다. 

우리의 비콘과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아란티얼이 샤'림에게 사자의 서를 갖고 있냐고 묻고,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그것을 비콘 앞에 두고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이제 내게 달렸다고 말을 건다.

어떻게든 마지막 정화가 벌어졌을 때를 불러와야 한다...

야엘라의 이론이 맞다면 

하이 원의 물질적 형태와 가까운 것에

손을 댈 기회는 지금이 유일하니까.


그걸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난 에코를 통제할 수 없는데요.


그렇겠지만 어떻게든 그걸 '유인'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내게 들었던 것들을 생각해 보면, 에코는 

사이클과 관련이 있는 물건이나 상황에 반응하는 것 같다면서

주위를 살피며 뭔가를 찾아보라고 한다.


알았어요, 해볼게요. 잠시만요.


마지막 정화의 파편을 다섯 가지 찾아본다.

주위를 둘러보면 묘하게 반짝이고 있기 때문에

찾는게 어렵지는 않다. 



먼저 비콘 전면부의 Dull Stone을 건드려보자.

비콘은 하이 원의 존재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 졌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서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또, 역시 비콘 주변에 Dull Stone이 있다.

이번에는 마치 비콘이 그 스톤을 고대한 것 같다고,

그것들이 열쇠라는걸 느낄 수 있다는 말이 들린다.



세 번째 Dull Stone.

이번엔 그 질병의 핵심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있는 것으로,

바로 사고 방식을 말하는 거지만...

당신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이 프리스트'에게 따지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Old Sword이다.

그가 그들을 배신하고,

자칼이 성문을 열어 이제 놈들이 모두를 죽이고 있다는 외침이 들린다.



마지막은 Ancient Helmet.

그것들은 마법과 비슷하고,

혹은 그 파워가 조수의 원인이 된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건 순수한 에너지라는 소리가.



영문은 모르겠지만 다섯 개의 유물을 모두 건드리면

주위의 광경이 변하기 시작하고,

아란티얼이 바로 지금, 기억이 보이고 있으니

사자의 서를 사용하라고 샤'림을 재촉한다.



한 번 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면

저 멀리 붉은 구체가 보이고,

아란티얼은 저게 바로 하이 원이라고 흥분한다.

우리가 성공한 것이다.


그는 나를 돌아보며 기분은 어떻냐고 묻는다.

그런식으로 에코를 불러오는건... 무척 부담이 됐을거라고.


그랬죠... 하지만 괜찮을거예요.

여긴, 느낌이... 참 이상하네요.


정말 그렇다. 우린 지난 문명의 의식 안에 있는 거니까.

아란티얼은 저 위가 보이냐고 물으며

결국 야엘라의 말이 옳았다고,

이게 바로 우리의 누미노스, 즉 하이 원의 정수라고 언급하며

하이 원의 정수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샤'림 역시 네이아(Näea)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당신이 이걸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중얼거리고는

아란티얼과 함께 걷는다.



끝부분까지 도착하면, 계단 중간이 끊어져 있는게 보인다.

잠시 멈춰선 아란티얼은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해냈다며 감격한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걸 하이 원도 느끼지 않을까요?

어째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거죠?


우린 그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이다...

기억에 대고 뭘 할 수 있을까?

이곳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우리가 알기로는 그렇다.


>> 그럼 이제 어쩌죠?

정수를 어떻게 용기에 담아요?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 질문 자체가 해답이 될지도 모르고.

말을 마친 아란티얼은 샤'림에게

용기를 정수로 가져가라고 지시한다.



조용한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한 유슬란은

마법을 써 끊어진 다리 저편으로 몸을 옮긴 후

정수를 향해 접근하고는 그저 가만히 서있는다.


그 모습에 아란티얼이 계단 아래에서 몸이 달아

뭘 기다리는거냐고 재촉하자,

샤'림이 돌연 아란티얼을 내려다보며

뜬금없이 대답을 요구한다.

조금 전 폐허에서 하이 원이 기억을 보여줬을 때...

아란티얼이 진짜 불안함을 내보인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분노가 아닌, 불안...

샤'림은 아들에게 했던 짓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

명성과 권력을 위해 아들을 버린 것을 후회하냐고.



아란티얼은 얼떨떨한듯 "...뭐라고?" 되묻는다.

하지만 샤'림은 진짜 대답을 기대한건 아닌듯

아란티얼이 후회할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감정을 보였던건 그가 실패했다는걸 상기시켜 줬기 때문일거라고

말을 잇는다.

후회라... 

아란티얼은 그 감정을 모른다는게 샤'림의 주장이다.

키라에서의 사건건을 겪은 후에도.


아란티얼이 이해가 되지 않는듯 

대체 왜 그러는거냐고 물으려 하자, 샤'림이 갑자기

용병을 고용한 것도

그걸 알아챈 리샤리를 죽인 것도

그리고 네림군이 항구를 침략하도록 도운 것도

모두 자기였다고 고백한다.

그리고는 아직도 자기가 누구인지

전혀 짐작조차 못하고 있지 않냐며 아란티얼을 비웃는다.



말을 마친 샤'림이 주위에 방어막을 두르자

아란티얼이 그제야 깨달은듯

'수많은 불의 밤[각주:1]'.. 그때 그곳에 있었군, 하고 중얼거린다.

샤'림은 맞다고 긍정하며 자기는 그 학살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밝힌다.

그 말에 아란티얼은

자기 아들의 이상에 동조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기에게 접근하려고 아들을 따라다녔던 거냐고,

대체 무엇때문에, 정의 때문에 그런거냐고 묻는다.

'정의'라는 단어를 읊조리던 유슬란은

자긴 이 세계엔 미련이 없다고 대답한다.

벌써 오랫동안 그래왔다고.

그럼에도 그가 여전히 살아있는 이유는 오직

누군가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언젠가, 아란티얼에게서 모든 것을 직접 빼앗겠다는 약속을.


아란티얼은 이건 미친짓이라고 흥분한다.

그가 뭘 계획하고 있든간에, 그건 아란티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아란티얼은 자기가 죽기를 바란다면

그냥 기다리면 되지 않겠냐고 외친다.

일단 비콘에 불을 밝히고 나면 코어렉이 아란티얼을 죽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무고한 생명들은....


하지만 유슬란은 들을 생각이 없는지 그냥 좀 닥치라면서

아란티얼이 바라마지 않는게 바로

순교자로서의 죽음이라는걸 모르는 줄 아냐고,

자기를 바보로 아는거냐고 소리친다.

그리고는 틸로 아란티얼, 하이 원을 물리친 자, 인류의 구원자,

그런 소릴 듣고 싶은게 아니냐고 화를 낸다.


처음에, 샤'림은 자기의 모든 방해 시도가 무로 돌아가자

굉장히 좌절했었다고 한다.

올드 라셴그라드에 있었던 리샤리의 조사 결과물은 내가 보호했고

코어렉의 첫 번째 도시 공격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 후, 샤'림은 깨달았다.

이 모든건 훨씬 더 만족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아란티얼의 마지막 시도가,

목표물에 정말 가까이 다가간 바로 그 순간

샤'림 때문에 실패하게 된다면 말이다.



말을 마친 샤'림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전에 딸의 이름이 뭔지 묻지 않았냐고, 기억하냐고 묻는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아란티얼이 샤'림에게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지만

샤'림은 딸의 이름이 리나(Lina)였다고 알려주고는

하이 원의 정수와 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방어막 내부를 그대로 폭파시켜 버린다.

산산조각난 샤림의 뒤로

잠시 깜박이던 하이 원의 정수가 그대로 흩어져 사라지는게 보이고,

아란티얼이 이럴 순 없다고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현실로 돌아온다.



정신이 들면 비콘 앞에 쓰러진 샤림의 모습이 보이고

"네놈이 우리 모두를 죽였어!" 하고 발악하는 

아란티얼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자 유슬란의 시체에 빙의한 하이 원이 몸을 일으키면서

"정말 거의 다 왔었는데, 아란티얼... 인상적이었어." 하고 말을 걸고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집착한 나머지 

주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걸 깨닫지 못하다니

유감이라고 비웃는다.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던 아란티얼 역시

이 망할 짐승들! 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처음부터 샤'림은 홀려있었던거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하이 원은 놀리는듯한 어조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라고 정정해준다.

자기들이 거두기는 했지만, 애초에 씨를 뿌린건 아란티얼이었다고.

물론 그들이 샤'림을 지배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란티얼이 키라에서 

샤'림의 부인과 그의 불쌍하고도 불쌍한 딸을 포함하여

그의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힘든 부분은 이미 모두 끝낸 후였다고나 할까.

하이 원은 이걸로 해피 엔딩 아니냐고 이죽거린다.

누미노스가 없으면 비콘을 작동시킬 수 없다.

그리고 이제 남은건 

사랑하는 그의 도시가 파괴되는 것 뿐이다.

마치 축제와도 같을 것이다.

하이 원은 그들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후에는

차가운 회색 시체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라면서

자기들이 말했던 것 처럼

아란티얼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실패했다고 그를 조롱한다.



하지만 아란티얼은 그저 묵묵히 서있을 뿐이다.

그러다 반응이 없는 그를 향해

혀를 잃어버리기라도 한거냐고 하이 원이 다그치자

그게 아니라, 덕분에 해결책을 찾았다고 입을 연다.

그리고 하이 원이 귀가 먹었냐고, '해결책'같은 것은 없고

정화가 시작될 것이며 사람들은 모두 죽을거라고 못박자

그들의 '메시아', 도시의 시민들, 군대...

우리 모두가 태양처럼 불탄 후에는 모든게 끝날거라고 반박한다.

어딘가 확신에 찬 듯한 아란티얼을 향해

그저 환상에 빠져있을 뿐이라고 외치던 하이 원은

갑자기 번개에 맞아 사라진다.

-_-a 아란티얼이 한건가?



아란티얼은 아직 돌아다닐 기운이 있는듯

내게 다가와 이제 여기서 헤어져야겠다고 말을 건다.

상황이 달랐다면 그러지 않겠지만...

내 상태를 보면 짐 밖에는 되지 않을 것 같댄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는 위험을 감수할 수가 없다고.


...무슨 소릴 하는거예요? 뭘 하려는건데요?


하이 원의 말이 맞다.

이제 우린 그들을 소멸시키는 용도로는 

비콘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아란티얼은 아치매지스터가 했던 말을 기억하냐고 묻는다.

누미노스가 없다면 비콘의 에너지가 

방향성 없이 폭발해 버릴거라고 했던 말.


네... 그래서 애초에 누미노스를 찾으려고 했던 거잖아요.

그거 없이 비콘을 밝혔다가는 그저...


... 막대한 폭발을 일으키게 될 뿐이라고.

맞다.

그리고 우리가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그것 뿐이다.

하이 원의 계획에 코어렉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진짜 정화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그 일이 벌어지게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 사이클을 멈추는 것에는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다.



다른 이들이라뇨?


이 세계의 다른 사람들... 아라질, 키라, 킬레...

그들 역시 엔데랄처럼 사이클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도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같은 꿈을 꾸고, 어떤 일이 일어날거라는 예감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만약 우리가 코어렉과 그의 군대를 없앤다면

그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게 되는 것이다...

지식을 모으고 새로운 비콘을 만들어

그들 스스로 그걸 밝힐 수 있는 시간 말이다.


...그래서 비콘을 날려버리려고 한단 말이에요?

하지만... 도시는 어쩌구요?

그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 사람들은요?


네림군에게 아직 목숨을 잃지 않았을 사람들 말인가?

아란티얼은 어차피 그들도 나나 그처럼 죽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류의 구원을 위해 죽음을 맞게될 수도 있다...

죽음이 가치있게 되는 것이다.

방법은 이것 뿐이다.

여기에서 죽어 파이리안과 함께 썩어가거나,

아니면 적어도 미쳐있는 코어렉과 그 군대를 막는 것으로

의미 있는 죽음을 맞거나.

하이 원은 허세부리는 것에 비해 분명 훨씬 더 약할 것이다.

정말 조금만 더 가면 그들을 없앨 수 있을 정도였다.

아란티얼은 그들과 싸우게 될 다른 사람들을 믿는다면서

그들이라면 망할 샤'림때문에 우리가 실패했던 부분에서

성공을 거두게 될거라고 확신한다.


미친거 아니에요? 확실치도 않은 희망 때문에

모든 엔데랄인에게 사망 선고를 내릴 수는 없어요!

이 사람들은... 그들은 당신을 믿는다구요, 아란티얼!


아란티얼은 오만한 어투로

양치기가 양의 운명을 결정하지도 못한다는 말이냐고 대답한 다음

그렇게 말하는 진짜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살고 싶어서? 아니면 내가 '그렇게나 사랑하는' 용병의 목숨 때문에?

그리고는 지금은 오만함과 이기심을 보일 때가 아니라고,

이 모든건 우리보다 더 큰 대의를 위한거라고 호통을 치고는

나를 향해 이것보단 나은 사람인 줄 알았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어쨌든 이젠 상관 없다... 결정은 이미 내렸으니까.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훌쩍 떠나버린다.



또다시 눈앞이 캄캄해진다.

하지만 잠시 후 이 모든건 꿈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말이,

그리고 숨을 쉬라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면 두건을 쓴 '신비한 여인'이 멀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1. Night of the Thousand Fires. (Part of Something Momentous, Part IV 퀘스트 수행 도중 아란티얼에게서 들었던, 과거의 사건. 아란티얼이 아직 젊었던 시절, 키라에 있었던 반란군 레드 하프문(Red Halfmoon)을 제거해달라는 키라 왕가의 요청으로 홀리 오더 부대를 이끌고 출전했었는데, 해변가의 작은 마을에 그들의 기지가 있다는 제보를 받아 도착한 후 (아란티얼의 설명대로라면 함정에 빠져) 여자와 아이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을 거의 모두 도륙했다 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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