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Day Like the Last, Part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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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걸면 제스파는 대뜸

세상이 미친 것 같지 않냐고 입을 연다.


무슨 소리야?


구름 속에 있는 잊혀진 도시를 향해 가고 있다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 하지만 어쨌든, 그는 

나와 대화하고 싶었다며 시간 되냐고 묻는다.


(웃으며) 시간이 없었음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 안그래?


그건 그렇다.

...그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모르겠다는듯 잠깐 망설이더니

내게 고맙다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코스트의 덤불에서 날 꺼낸 이후 벌어진 모든 일들이

자기에게 뭔가 영향을 미쳤다고,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뭔가를 깨닫게 됐다고.


뭘?


말로 옮기기는 좀 어렵댄다.

제스파는 여전히 우리가 댄싱 노매드에서 나눴던 대화에서

자기가 했던 말을 믿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한다고.

하지만 왠지, 아버지의 영향이 적지 않겠지만,

그는 언제나 책임과 행복해지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관계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틀렸다. 사실 정반대였다.

진정으로 충적되려면 우리는... 연결되어야 한다.

사람에게든, 이상에게든, 무엇에게든.

만약 그런걸 찾지 못한다면 결코 스스로를 찾지 못할테니까.


그거 실버 클라우드에서 네가 했던 말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바뀌긴 했네.

'우린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다'고 했었잖아.


맞다,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원한다면 혼자일 수 있는 것이다.

제스파는 결코 책임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아딜라와 리시아에게 벌어진 일에 책임이 있다.

그는 이상하게 들리지 않냐고 묻는다.


>>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말하고 싶은건

'우린 모두 살아가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라는 거야?


그럴 수도 있고, 아님 그게 아닐 수도 있다...

결국엔 그냥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 뿐이니까.

사실은, 그건... 뭐라고 해야 할까,

그는 바로 지금 이곳에 있는 것,

그러니까 뭔가... 중대한 일의 일부가 된 것에 대해

세상에 뭔가 빚을 진 듯한 느낌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느낌이 싫지는 않다. 그게 놀라운 점이다.

이 모든게 어떤 결말을 맺든 그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우리의 우정도 마찬가지다.

내게 말하고 싶었던 건 바로 그 부분이랜다.

우리가 겪은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만났든 간에

그는 우리가 만난게 기쁘다고 한다.


2. 그러니까 우린 그냥 친구라는거야?


제스파는 내가 그렇게 말을 하니

자기가 좀 바보같은 기분이 든다고 중얼거린다.

내가 무슨 소릴 하는건진 안댄다.

이런 말 하는건 자기도 가슴 아프지만 

그는 우리가 그렇게 되는게 좋은 일 같지는 않다고 한다.

내게도, 자기에게도.


왜 그런데?


잘 될 것 같지 않으니까.

그는... 자기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랑에 대해서라면.

그래서 만약 내가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과 같다면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거라 여긴다.

그리고 우리의 우정은...

그런 것 때문에 버리기엔 너무 소중하다고.


이해가 안되는데, 제스파.

사랑에 뭔 문제가 있다는거야?


제스파는 지금 사랑에 대한 얘길 하는게 아니라고 답답해한다.

사람들이 사랑과 결부짓는 다른 부수적인 것들에 대해 얘기하는 거랜다...

기대나 거짓 약속, 질투... 그런 것.

그는 날 볼 때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다고 한다.

여행이라던가, 밤새 대화하거나, 가까워지거나...

그는 그런걸 하고 싶은거지,

다른 사람들이 그래야 한다고 정해놓은 

뭔가에 묶이고 싶은게 아니라고 한다.

그는 자기가 얘기하면서도 '앞뒤가 안맞는 소리지 않냐'고 묻는다.

어쨌든 그가 말하고자 하는건 

사람들이 '관계'라고 부르는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쪽으로는, 그는 다른사람들과 다르다.

그의 '사랑하는 방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과는 다르다.


1. '거짓 약속'이란건 뭔 소리야?


제스파는 무슨 소리 같냐고 되묻는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다시는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 않겠다는 약속을?

20년, 10년, 아니 고작 1년 후라 해도

누군가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다르게 말하면, 넌 

영원한 사랑이란걸 믿지 않는다는 거구나.


아니, 그게 아니다.

그가 하고싶은 말은

사랑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누구도 모른다는 거랜다.

이해가 되는지?

삶은 예측할 수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특히 감정에 대해서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제스파는 사람들이 다 아는 것 처럼 구는게 싫다고 한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온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다른 누군가에게 끌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는

절대 확신할 수 없다고도 덧붙인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바람둥이라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그의 감정을 진실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한다.

시, 연극, 노래... 모두들 '우리 두 사람'에 대해,

'전부가 아니라면' 의미 없는 사랑을 

'죽음이 우릴 갈라놓을 때까지' 노래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 그럼 정답은 뭔데? 누군가와 사랑하면서도

그냥... 욕망에 '굴복'하라고?


만약 스스로가 정직하다면, 

그러면 안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사랑은 사랑이고 행위는 행위다.

하지만 이건 육체적인 행위에 대한 얘기 만은 아니다...

제스파가 싫어하는건 강요와 소유욕, 거짓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게 '사랑'으로 여겨지는듯 하다.


...헐, 너 진짜 복잡하게 생각하는거 아냐?


대부분의 사람들도 알고보면 그렇지 않을까.

제스파도 마찬가지일 뿐이랜다.


>> 내가 듣기에 이 모든 말은 그냥

네가... 자유를 잃는게 무섭다는 소리 같은데?


흠... 맞다, 어쩜 그럴지도 모른다.



그가 경험한 바로는 인간 관계에 있어

감정적인 구속은 좋은 토대라 보기 어려웠다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를 자유롭게 놔줘야 한다...

만약 그 사랑이 진짜라면 상대방은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원해서 돌아오게 될테니까.

그는 내가 함께 있기로 한 사람이 자기라는걸 알게 된다면

절대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을거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물론, 제스파는

내가 누구와 함께 있고싶은지 자기가 어떻게 알겠냐며 한 발 뺀다.

어쨌든 그가 말하고자 하는건...

정말 자기와 관계를 맺고 싶다면 

그 관계에 이름을 붙이지 말자는 거다.

그냥... 이 감정이 우릴 어디로 이끄는지 지켜보자고.


다르게 말하면, 넌 의무가 없는 사랑을 원한단 소리야?

사랑은 하지만 헌신은 싫다고?


아니다!

그가 원하는건 날 향한 그의 감정처럼 놀라운 무언가에

이상화한 모델을 덮어씌우지 말자는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우리도 별다른 이유 없이 

서로를 향한 행동을 바꾸거나 하지 말고,

그냥 이대로 이 감정을 품고 살자고.

만약 이 감정이 영원히 계속될만한 거라면, 그렇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매일같이 의무적으로 사랑을 선언하거나, 

질투나 소유욕을 보이거나 하지 않고도 그럴 수 있다.


>> 3. 그래, 그럼 이 감정이 우릴 어디로 이끌지 알아보자.


제스파는 깜짝 놀란듯 정말? 하고 되묻는다.

그리고는 여러모로 예상해봤지만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해

당황한듯 계속 허둥지둥 하다 급 입을 다문다.



괜찮아?


물론이다.

생각이 많아 잠을 잘 못잤을 뿐.


후회해?


아니... 그런건 전혀 아니랜다.

제스파가 친구 이상의 관계를 원한건 언제부터냐고 묻는다.


2. 좋은 질문이네. 아마도 난 

장난기 많은 모헙가들을 좋아하는가봐.


제스파는 자긴 어두운 능력을 지닌 여자들을 좋아한다고 농담하고는

그런 여자들은 그렇게 많진 않다고 덧붙인다.

사실, 나와 '더 깊은' 관계가 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바로 어제까진 왠지 좀 무서웠다고 한다.

뭔가 자기를 막고 있는 것 같았다고. 


2. 글쎄, '자유로운 사고'나 뭐 그런건 그렇다 쳐도

우리 관계는 여전히 책임을 지는 부분이 있잖아.

그런게 무서웠던거 아닐까.


모르겠다... 어쩜 그게 맞을지도.

어쨌든 이제 우린 함께이고, 여태까지 있었던 그 모든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같이 있으니 기분은 좋댄다.

아이러니다. 

제스파는 자기 자신보다 아딜라가 더

이런 순간을 누릴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동생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어했으니까.

비록 수단은 잘못되긴 했지만.

하지만 결과물을 얻는건 언제나 제스파였다.

그리고 이제 그는 승리자이기도 하다.

달'바렉의 유일한 생존자이기는 하지만...

그는 '내가 이겼어' 하고 중얼거린다.


2. 그렇게 말하는 것 처럼 네가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벌써 떠나고 없었을걸.


제스파는 자기에게도 나와 같은 확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Bone Judge[각주:1]'... 정말 바보같은, 어리석은 미친짓이었다.

우린 그렇게나 쉽게 무너지는 존재이던가?

하이 원들이 우릴 그렇게 만들려면

고작 무슨 마법 돌 하나를 쥐어주는 걸로 끝이란 말인가?

제스파는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고통스러워 한다.

어쨌든, 아딜라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을 유일한 길은

어떻게든 이 비콘을 작동시켜

이 괴물들을 한방에 모두 없애버리는 것 뿐이다.


>> 갑판으로 올라가자.

다른 사람들이 이미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


제스파가 그렇게 하자고 동의하며 

다른 사람들은 이 스타일을 자기만큼 좋아하지 않을지 모르니

옷은 좀 입는게 좋겠다고 농담한다.






  1. All the Dead Souls에서 아딜라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의 유서에 적혀있던 이름. (아딜라가 살인할 때 사용하던 이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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