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림 : 엔데랄[각주:1]




A Nice Day in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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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아름다운 작은 골짜기에서 게임이 시작된다.
아빠와 이야기하자. 아빠가 뭔가 중요한 말을 하시려는 모양이다.
내 모습을 보고 싶은데, 안보인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자.


앞으로 조금 이동하면 불에 탄 오두막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재인지 핏자국인지 .. 바닥이 온통 지저분하다.
벽난로 쪽으로 가보자.

책이 한 권 있다.




흠.


방 한쪽엔 장난감 말이 있다.
어린애가 살았나보다.. 
난가? 내 장난감인가? ;


아, 평화롭고 아름답다.


더 돌아다녀보면 작은 천사상도 보인다.
음? 왠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가 생각난다.


천사상 앞으로 다가가면 쪽지가 하나 보인다.




누군가 엄청 신실한 신도인 모양이다.
아, 아내와 아이를 말하는 걸 보니 아빠인가.


집으로 올라가자.


집 앞으로 가면 아빠가 장작을 패고 있다.

그런데 나무둥치에 그건 뭐죠? ;;;
피 같은데..


나를 본 아빠가 아, 거깄었구나. 오는 줄도 몰랐지 뭐냐! 하고 반가워 하며
어떻게 됐냐, 찾았냐, 하고 묻는다.
...뭘요? 뭘 찾으란 말은 없었는데.

여긴 뭐죠, 아빠? 여기 어디예요?

아빤 왜 그런걸 묻느냐는듯 집 아니면 어디겠냐고 반문하며
여긴 아빠와 엄마, 여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만 산다고 알려준다.
여동생.. 아까 쪽지엔 '아이들'이 아닌 '아이'라고만 써있었는데. 뭐 상관 없나.
아빤 또다시 어떻게 됐니? 찾았어? 하고 다그친다.

아뇨... 못찾았어요.

아빤 다른 장소를 찾아본 것 아니냐고 대답하고는, 이내 포기한듯
안으로 들어가 요리하는 엄마를 도와주라고 한다.
감사하게도, 신께서 오늘 아빠 활 바로 앞에 
커다랗고 살찐 엘크를 척하니 대령해 주셨다나.


집으로 들어가자.
음식이 많다. 
근데 음침해!


책장에는 아까의 고기 어쩌고 하는 고약한 책과 함께
The Art of Crispy Meat 라는 제목의 책도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다.




이 집 식구들은 왜 이런 것만 읽어 ;


굳게 닫혀진 문은 열쇠가 없다면 열 수 없다고만 나온다.
내 집인데 와이?


부엌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면
과연 아빠 말처럼 커다란 사슴이 바닥에 늘어져 있고,
가까이 다가가면
어느새 저녁이 내려앉은 창 밖 풍경과 피투성이의 부엌을 배경으로
아빠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다.
-_- 
무섭다.
몸도 안움직여!


느긋하게 다가온 아빠는
여기를 이리 엉망으로 놔뒀다는걸 깜박 했다면서
여상스런 어조로 내 말이 맞지? 진짜 좋은걸 구했다니까... 하고는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시작하자고 서두른다.

하지만.. 엄마랑 동생은요?

아빠는 "엄마랑 동생은 죽었어. 기억 안나? 네가 둘 다 죽였잖아." 라고 대답하고는
별 일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이미 벌어진 일 어쩔 수 없지 뭐, 중얼거리며
최소한 우리 둘 몫의 고기는 더 늘어났잖아? 한다.
그는 경쾌하게
가죽을 벗기고 배를 자른 다음 내장을 꺼내면 된다고 조언하면서
둘 다 머리는 먹기 싫을테니 그걸 잘라낼 날카로운 칼을 찾아오마 농담까지 하고는
하하하하! 웃는다.

하지만 난 엄마랑 동생을 죽이지 않았어요, 아빠. 복면을 쓴 사람들이었다고요!

아빤 또 시작이냐며 눈살을 찌푸린다.
내 말은 거짓말이고, 내가 그들을 죽인걸 자긴 다 기억한단다.
내가 동생의 요람에 불을 질렀고
비명소리를 듣고 엄마가 달려갔을 땐 이미 동생이 불에 타 죽은 후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 대화를 계속 해야겠냐며 이럴 때마다 자기가 얼마나 슬픈지 아냐고 날 다그친다.
아빠의 말에 의하면 내가 그들을 죽였다.
내가 그런게 아니라고 아무리 얘기하든 간에 달라지는 건 없다.
그는 빌어먹게 배가 고프니 이제 요리나 하라고 외친다.


하지만 난 엄마랑 동생을 죽이지 않았어요, 아빠. 복면을 쓴 사람들이었다고요!

아빤 대체 왜 거짓말을 계속 늘어놓냐,
'우리를' 죽인 걸로도 모자라냐면서
꼭 이렇게 멍청하게, 한심하게, 의미없이 징징거리며 자길 괴롭혀야겠냐고 화를 낸다.

"창조주께서 날 좀만 덜 자비롭게 만드셨다면 좋았을텐데." 아빠가 말하며 날 지나쳐간다.
그랬다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내가 죄악에 더럽혀졌다는 것을 알았을거라고.
그랬다면 여느 아빠가 그러하듯 날 기르고, 먹이고, 사랑해주는 대신
태어나자마자 말구유에 버렸을거라고.
그는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그래... 널 죽였어야 했어. 죽였어야 했어."
사방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한다.


아빤 계속 내가 '우리를' 죽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우리가 땅에 묻혀있으니 이제 안전한 것 같냐고 이죽거리다
별안간 비꼬듯 날 '내 아이'라고 부르며 그 생각은 틀렸다고 소리친다.
왜냐하면, 죽은 자는 잊지 않으니까!

집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아빠가
미치게 배가 고프니 쓸데없는 잡담은 집어치우라면서
이 멍청한 것, 고기를 가져와! 고기를! 하고 외친다.
그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엘크를 잡아 뜯으며
맛있고 바삭바삭한 고기를 가져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쳐댄다.
아, 이 무슨...

퀘스트가 끝나고, 인트로가 시작된다.


질문으로 시작하자.
처음엔 아마 단순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생각해 보길.
자유인과 노예는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하지만 우선 3년 전 끝맺었던 또 다른 이야기,
라이트본의 죽음으로 시작해보자.


4천년 동안 그들,
자신들의 마법으로 영생을 얻은 일곱명의 마법사들은 이 세계를 지배했다.
혼란의 시대에 이들은 인류에게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주었다.
엄하고도 공정한 통치를.
한 세기만에 그들은 산산조각났던 지역을 연합했고
이어 한 세기가 지나자 인간이었던 그들의 기원은 잊혀졌다.
그들은 숭배를 받았으며, 곧 신이, 즉 라이트본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통치가 길어질수록
그들을 독재자로 비난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졌다.
가장 큰 목소리를 낸 자는 나라줄 아란티얼[각주:2] 이었다.
그는 한 때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것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군대를 모아 라이트본을 전복시키고 
인류에게 자유를 돌려준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권력에 공백이 생기고 전투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오늘날 세상이 이렇게 산산이 부서지고 조각나버렸으니.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저 주의를 돌리는 것에 불과했다.
라이트본의 죽음으로 인해 벌어지기 시작한 일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오랫동안 멈춰있던 시계가
다시 한 번 느리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는 자유를 원했던 자의 이야기이다.







  1. Enderal. 엔더럴, 엔더랄, 엔데랄 등으로 성우마다 발음이 다름.. 엔데랄을 많이들 쓰길래 나도 엔데랄로 ; https://sureai.net/games/enderal/ [본문으로]
  2. Narathzul Aranthea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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